세 명의 사무라이 무사가 산 길에서 세 명의 나이 많은 여인들을 만났다.

“들어와서 술 한 잔 하고 가시지요.”그녀들은 멋진 전사들에게 무릎을 꿇고 정중히 청하였다.

“영광입니다. 감사히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여인들은 손님들을 위해 쌀로 빚은 술을 내고, 한잔 두잔 술이 들어가자 무사들은 흥에 겨워 춤을 추기 시작한다. 곧 무사들은 하나 둘 술에 취해 잠이 든다. 희뿌연 안개가 공기 중에 흩어진다.

갑자기 춤추던 여인들은 요괴로 변하고, 안개 속에서 무서운 얼굴로 힘없이 쓰러져 있는 무사들을 노려본다. 나무 피리는 필사적인 분위기를, 북과 심벌즈는 거친 광란의 소리를 낸다.

천년동안 이어져온 이야기와 음악, 춤이 결합된 ‘가구라’ 공연의 한 장면이다. 가구라는 원래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하던 춤과 음악이다.

지금은 가구라몬젠 도지무라 무대에서 사무라이 무사, 용, 가구라 요괴가 서로 싸우는 이야기로 공연하고 있다. 이곳은 히로시마 현의 일본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복합 시설로 일년 내내 가구라 공연을 볼 수 있다.

1955~1960년 정도의 레트로풍의 가구라몬젠 도지무라 마을은 1998년에 세워졌고, 전후 일본의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당시 경제가 조금은 안정이 되어 폭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도 점차 정비되어 가고 사람들의 생활도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많은 일본 사람들에게 일본의 역사에서 향수에 젖게 하는 때로 남아 있다. “도대체 전쟁의 상처를 회복하는 것이 천년동안 이어진 무서운 내용의 공연과 무슨 상관이 있지?”라고 궁금해할지도 모른다. 그에 대한 답을 하자면, 아주 긴밀한 연관이 있다.

가구라 공연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중 일본이 전쟁에 패한 후 미 점령군이 가구라 공연을 금지한 것은 아주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가구라 공연은 일본의 전통 종교인 ‘신도’의 신을 숭배하는 형태의 이야기로 신의 살아 있는 자손인 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말할 필요 없이, 미 점령군은 이런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1947년 히로시마 현, 아키타카타 시의 호쿠세이 중학교 교장 사사키 준코 선생님은 새로운 춤이라는 뜻의 ‘신마이 가구라’ 공연을 만들었다. 사사키 선생님이 쓴 원작은 가구라몬젠 도지무라 박물관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형태의 가구라 공연의 다른점은 무엇일까?

“사실 별로 달라진 것은 없어요. 사사키 선생님은 음악의 템포를 빠르게 해서(아마도 신을 숭배하는 경건한 동작들을 빠르게 지나가게 만들어서 의미를 모호하게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동작들을 더 극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리고 종교에 관련된 것보다는 민담을 위주로 내용 구성을 했습니다. 그래도 큰 틀에서 새로운 가구라 공연도 예전의 공연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가구라몬젠 도지무라의 총감독 마스다마사카즈 씨가 설명해 주었다.

그 후로 가구라 공연은 계속될 수 있었다. 사사키 선생님과 다른 작가들은 종교에 관련된 내용을 민담이나 역사적 전설인 것처럼 잘 꾸며서 무대에 올렸다.

하지만 내가 ‘신마이 가구라’가 신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공연인지 묻자 마스다 씨는 주저한다.

“뭐라고 단정짓기 어렵네요. 지금은 어쩌면 보통의 연극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누구를 위한 공연이라고 한들 그것이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닙니다.”

가구라몬젠 도지무라에서는 빠른 몸놀림, 변검 기술, 그리고 가끔은 불꽃놀이와 같은 퍼포먼스에 집중한 ‘신마이 가구라’ 공연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우리는 이런 스타일의 가구라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20년 전 공연을 시작했을 때 그리 인기가 있지는 않았어요. 지역 사람들을 위해서 추수철 축제에서 공연을 하곤 했습니다. 가구라 공연 하나로는 사람들을 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런 복합시설을 만들어서 할 수 있는 다른 것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20년 전에는 가구라 공연이 별로 인기가 없다는게 문제였다면, 지금은 너무 인기 있는 것이 문제랍니다. 꼭 이곳에 오지 않더라도 다른 곳에서 가구라 공연을 볼 수 있게 된것입니다. 특히 혼슈 서쪽 지역에는 가구라 공연을 하는 곳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아요.”

가구라몬젠 도지무라에는 찻집, 카페, 디저트 가게, 장난감 가게, 그리고 온천이 있다. 레스토랑에는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해산물, 사슴 고기, 멧돼지 고기를 제철 산나물이나 채소와 함께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게다가 관광객들이 하루 1만 엔이면 아침식사와 저녁식사를 포함하여 숙박까지 할 수 있는 레트로풍의 료칸이나 전통 여관도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가구라몬젠 도지무라에는 두 개의 가구라 무대가 있는데, 하나는 스모 경기장처럼 생긴 실내 무대이고 다른 하나는 거대한 축제용 텐트로 만든 실외 무대이다. 실외 무대는 ‘가구라 돔’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주로 축제 기간에 일본의 전통 종교에 관한 내용을 공연한다. 이것은 일본에서 가장 원형의 가구라 공연에 가까운 무대이다.

가구라몬젠 도지무라 무대 위의 공연은 환상적이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이곳에도 전문 가구라 공연단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공연자들은 모두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짬짬이 만나서 공연 연습을 한다. 이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노력으로 매주 금,토,일요일 저녁에 가구라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공연자들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다.)

주중에는 녹화된 공연을 상연해 주지만 실제 공연을 보는 것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가구라 돔에서 관객들은 안에 있는 음식을 먹고 맥주나 사케를 마시며 공연자들과 교류도 한다.(심지어 요괴와 치열한 싸움을 벌인 늙고 지친 영웅에게, 객석의 한 사람이 손을 뻗어 맥주를 건네주는 것도 보았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 다다미 바닥에 앉아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며 가구라 공연을 봐야 제맛입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가구라 공연이에요.”마스다 씨가 웃으며 말한다.

사진 글 Peter Chord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