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히메지 성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면서 가장 먼저 놀란 것은 바로 하얗게 빛나는 성의 외형이었다. 푸른 하늘 아래 햇빛을 받아 빛나는 성의 모습을 보면 왜 백로성이라는 뜻의 “하쿠로 성”, “시라사기 성”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이 목조 걸작품은 눈처럼 하얗고 우아하며 마치 날아갈 듯한 자세를 취한 새처럼 보인다.

히메지 성은 1333년 요새를 지은 것을 시작으로 여러 봉건 성주인 다이묘에 의해 보수되고 정비되었다. 이 성을 대대적으로 보수한 마지막은 쇼군 장수였던 데루마사 이케다인데, 1609년 그의 지휘 아래 보수를 진행했고, 그 모습은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다. 17세기 일본 성곽 건축을 대표하는 히메지 성은 2010년부터 5년 동안 23억 엔의 비용을 들여 대대적인 공사를 실시하였다. 공사는 내진설계 강화, 기와 교체, 그리고 히메지 성의 특징인 하얀 회반죽 토벽을 덧바르는 것을 위주로 진행되었다. 히메지 성 공사는 2015년 3월 완료되었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역사적인 장소를 보고 싶어 히메지 성의 정문인 오테몬 문으로 들어가 입장권을 구입했다. 히메지 성을 안내해줄 자원봉사자 가이드 미야자키 켄지와는 여기서 만났다. 우리는 함께 성 안으로 들어갔다.

히메지 성은 국보이자 일본의 역사유적지 중에 처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 중 하나이다. 이 그림 같은 성은 1967년작 영화 ‘007 두 번 산다’를 포함한 여러 영화와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었다. 일본의 성곽 형태를 잘 보존하고 있는 12개의 성 중에서도 히메지 성은 일본의 전통 성곽 건축물의 전형으로 여겨진다. 이곳이 적으로 포위된 적은 없지만, 외성을 만들고 적이 성벽을 넘지 못하도록 비스듬히 벽을 세우는 등 시대를 앞선 고도의 방어 시스템과 완벽한 전투태세를 갖춘 성이다.

“아마 아무도 히메지 성을 침략하려고 하지 않았을 거예요.” 켄지가 웃으며 말했다. 성에는 약 1,000개의 ‘사마’ 가 있다. ‘사마’는 침입하는 적들을 막기 위해 궁수들과 경비병들이 활을 쏘거나 싸울 수 있도록 만든 원형, 삼각형, 사각형 모양의 구멍이다. 또한 ‘이시오토시 마도’ 라는 적에게 돌을 떨어뜨리거나 뜨거운 물을 부어 성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조그만 창도 배치되어 있다. 우리는 하노몬 문쪽으로 걸어갔는데, 이 문이 외부에서 천수각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곧 여기에 속임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천수각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더 멀리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 미로는 한때 84개의 성문과 3개의 해자를 갖춘 히메지 성 방어 시스템의 일부였다. 지금은 21개의 성문과 내부 해자만 남아 있다. 이런 내용을 설명하는 표지판이 있지만, 아마 켄지가 없었더라면 나는 완전히 먼 길로 돌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켄지는 히메지 성의 대표 건축물인 천수각으로 나를 안내했다.

보석처럼 빛나는 이 건물이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문화적 중요성이 큰 곳은 바로 대천수각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문이 봉건 시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외부로 드러난 모습은 46.4m의 5층 건물로 보이는데 3, 4층이 하나의 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 건물은 6개의 층과 다른 성에서는 볼 수 없는 화장실, 배수관 그리고 주방을 갖춘 385 m2 크기의 지하층을 갖고 있다. 554 m2 넓이의 1층은 330여 장의 다다미가 깔려 있는데 흔히 “1,000장의 다다미 방”이라고 불린다. 벽에는 “부구카네”라고 불리는 무기 거치대가 있는데 총과 창이 보관되어 있다. 한때 이 성에는 280자루의 총과 90자루의 창이 있었다.

켄지와 나는 일단 안으로 들어가 6층까지 올라갔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계단의 경사가 더 가팔라지는 것 같았다. 계단을 오르면서 바깥을 내다보면서 만약 내가 성을 지키기 위해 저 작은 구멍으로 화살을 쏜다면 적중률이 얼마나 될까 궁금했다. 3, 4층 모두 남북 쪽 창 아래에 ‘이시우치다나’라고 불리는 선반 형태의 플랫폼이 있는데, 위로 올라가 적을 관찰하고 침입하는 적에게 창을 통해 돌을 던질 수 있도록 만들어 둔 것이다. ‘무샤가쿠시’라고 불리는 은신처인 작은 밀폐된 공간은 이곳에 숨어 있다가 침입한 적들을 기습하기 위한 장소이다. 가장 꼭대기 층 창문에는 지금은 철제 창살이 있지만 봉건 시대에는 창으로 내려다보는 전경을 가리는 것이 없었을 것이다. 도시와 주변 지역을 아우르는 풍경은 정말 숨막히도록 멋졌다.

켄지는 풍경을 보며 오늘날 히메지 성이 잘 보존되어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역사적으로 행운인지를 이야기했다. 여기에서 3번 정도 큰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메이지 시대(1868~1912)는 일본 성곽이 더 이상 중요한 때가 아니었다. 그 당시 남아있던 성들은 이점이 거의 없었고 보존하는데 큰 경제적 짐이 되었다. 일본 정부는 성들을 팔거나 철거하라고 지시를 내리면서 이전 정권 제도를 없애고 잊혀지길 원했다. 많은 성들이 철거되었고 히메지 성도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1869년 정부는 이 성을 경매에 내놓았고, 간베 세이치로가 당시 통화 23 엔, 오늘날 약 20만 엔이라는 헐값에 히메지 성을 샀다. 그는 성을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세우려고 했지만 너무 많은 돈이 드는 것이 문제였다. 켄지는 “백로가 흰 코끼리가 된 셈이지요.”라며 농담을 했다.

그리고 2차 세계 대전 중, 폭탄이 떨어졌지만 다행히 히메지 성은 살아남았고, 가장 최근에 있었던 큰 위협은 1995년의 한신 대지진이었다. “놀랍게도 맨 위층의 제단 위에 있던 술 병도 그대로 있었어요. 신들은 술을 좋아하지요.” 켄지가 웃으며 말했다. 계단을 내려가 천수각을 나오면서 한때는 엄청난 유지비로 나라 경제에 큰 짐이었던 것이 지금은 일본을 대표하는 상징이 된 히메지성의 명운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오테몬 문으로 돌아오자 켄지는 나에게 일본의 아름다운 정원인 고코엔 정원으로 가는 지름길을 알려주고는 작별 인사를 했다. 1990년대 초에 지어진 고코엔은, 히메지성 서쪽에 있던 성주의 저택인 ‘니시 오야시키’에 만들어진 정원으로 9가지의 각기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 면적이 1만 평에 달한다. 건물들은 에도 시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지어졌다. 9개 정원 중에 가장 큰 ‘오야시키 정원’에는 작은 폭포가 있는 호수와 수백 마리의 다양한 색깔의 잉어들이 있고, 소나무 정원, 대나무 정원, 꽃의 정원 등 다양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정원들과 함께 두 군데의 찻집도 있다.

나는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 보이자 불빛으로 달려드는 나방처럼 ‘소쥬앙’ 찻집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히메지 성 천수각이 바로 보인다. 따뜻한 녹차를 마시며 “백로성”을 바라본다. 가까이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장엄해 보인다. 수백 년 동안 신들이 이 성을 지켜 준 것이 기쁘다. 사진 Jason Haidar 글 Celia Polkinghorne